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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로의 시사칼럼 – ‘폭탄 터번’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06.02.05 00:00|조회수 : 969

작년 9월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포스텐에 실린 마호메트 풍자 만화가 유럽계 국가들과 중동 이슬람교 국가들간에 엄청난 갈등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12컷 짜리 이 만화는 마호메트가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을 터번 대신 두르고 있는 모습, 자살 폭탄 공격범에게 천국에는 더 이상 너희들에게 보상해줄 처녀가 남아있지 않으니 자살폭탄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만화가 실린 이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잇따라 만화가 전재되면서 불타는 파리를 연상케 하는 폭동이 덴마크를 위시한 유럽 각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모하메트의 폭탄 터번이 마침내 전세계 무슬림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도미니언 포스트도 최근 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 만평 12컷을 그대로 옮겨 실었고, 크라이스트처치 더 프레스도 이날 마호메트가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쓰고 있는 모습 등을 묘사한 만평을 전재했다. 그러자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라는 듯 급기야 700여명의 무슬림들이 떼를 지어 오클랜드 퀸스트리트에서부터 아오테오아 광장에 이르기까지 Stop Blasphemy!(즉각 중지하라 신성모독!)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시위를 벌였다.

 

또 이 같은 사실이 TV1, TV3 등에서 주요 뉴스로 보도되면서 뉴질랜드 내에서는 모하메트 만평 사태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불끄기식 논평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모하메트의 만평은 신성 모독인가, 언론 자유인가? 각국의 언론계와 종교계가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유럽 언론들은 종교를 비롯한 그 어떤 존재도 언론의 비판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신성 모독은 언론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종교라고 해서 언론 비판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언론자유 지상론과 종교의 신성을 모독하는 언론 비평은 용서할 수 없다는 종교신성 지상론자 간에 열띤 논쟁이 불꽃을 튀긴다.

 

이 같은 사태가 악화되면서 對 이슬람권 국가에 연간 15억불에 달하는 낙농제품을 수출하는 뉴질랜드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경제계에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태의 문제는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자칫 크리스찬 국가와 무슬림 국가간 종교전쟁 양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마오리파케하간에 존재하는 골 깊은 갈등을 바라봐야 하는 우리들 동북아시아 출신 이민자들로써는 폭탄 터번 사태가 야기하는 일련의 사태가 뉴질랜드내에 종교적 갈등을 유발시켜 우리까지 이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우려를 가져본다.

 

선데이타임즈  article@koreanz.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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