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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로의 시사칼럼 - 조류독감에 우는 새들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05.10.23 00:00|조회수 : 1114

오래된 한국 민요 ‘새타령’ 가사를 보면 “저 쑥국새가 울음 운다 이 산으로 가며 쑥국 쑥국 저 산으로 가며 쑥쑥국 쑥국 좌우로 다녀 울음 운다”면서 온통 우느라 정신 없는 새들이 등장한다.

민태원(1894-1935)이 쓴 중수필 ‘청춘예찬’에는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의 새가 운다”고 씌어있다.

인생 청춘을 찬미하고 예찬하는 글이건만 끝내 열락의 ‘새’는 울고 있다. 새들의 지저귐에 대한 이러한 관조현상을 이어령씨는 ‘흙속에 저 바람속에’라는 수필집에서 서양사람들은 ‘Birds sing’이라고 표현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들이 운다’고 표현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세상과 사물을 어떻게 관조하고 사유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 태동하고 있을 때 ‘식민주의’, ‘사대주의’ 사상 등에 젖어있던 우리들로써는 비탄적, 소극적 관조의 틀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채찍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새들의 지저귐을 ‘우는 소리’로 들을 것이 아니고 환희와 희망에 넘치는 ‘노래 소리’로 들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명수필이었다.


요즘 조류독감(the H5N1 strain of bird flu)이 유럽 각국에 퍼지면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마스크가 동이 난다고 한다. 이미 그리스와 터키를 날아드는 철새들이 조류독감 증후 현상을 퍼트렸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거듭된 경고를 하고 있다. 이번 H5N1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무차별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돼 금세기 초유의 인류 건강재해가 될 수도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별로 신통한 면역대책이 없다고 한다. 1918년 10월경에 만연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근 5천만명 가까이 사망자를 냈었다는 ‘스페인독감’이 또 한번 만연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불과 얼마 전에 구제역(口蹄疫, FMD; foot-and-mouth disease) 소동으로 소, 양, 돼지 등의 가축이나 목축동물 대학살 사건이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새들의 수난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사람에게도 이 바이러스가 감염돼 이미 수백명이 사망, 인류의 보건과 건강을 지키는 WHO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때려잡자’라는 반공구호를 수입이라도 한 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새들을 죽이고 있다.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새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새들이 공중을 날며 지저귀는 평화의 지구촌은 어디로 가버리고 보이는 새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철새들이 주범이건만 가금류가 떼죽음으로 불태워지는 TV뉴스가 속속 전해진다. 요즘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들이 노래하기 보다는 울고 있다.

선데이타임즈  article@koreanz.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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