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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로의 시사칼럼 - 개똥녀와 아시안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05.08.14 00:00|조회수 : 1473

한국의 지하철 전동차 구내에서 자신의 애완견이 실례한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채 도망가듯 빠져나간 한 미혼여성이 속된 말로 인터넷에 떠버렸다.

이름하여 ‘개똥녀’인 그녀의 정체성은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지만 어느 유명 여배우 못지않게 뭇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를 비난하고 나무라는 댓글이 줄을 이으면서 이 사이트의 히트(접속) 건수가 순식간에 30만을 넘었다고 하니 지난번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 마감시간을 눈앞에 두고 대통령 선거 입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했다던 네티즌들의 위력이 한낱 빈말은 아닌 듯싶다.


네티즌들의 여론재판 성격을 띠는 이 사건은 비단 한국에서만 회자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 Jonathan Krim 기자의 기사(7월 7일자)를 보면 한국의 ‘개똥녀(Dog Poop Girl)’는 워싱턴시 한국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미국에까지 소개되었고 네티즌들의 무차별 공격적인 여론재판과 개똥녀의 사생활 침해보호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소위 ‘몰래카메라’ 같은 폭로성 잠입취재(Muck-raking journalism)보도에 대한 합법성과 타당성 논란이 개인의 사생활보호 측면에서 뜨겁게 불꽃이 튀겼다고 한다. 갑론을박 양편의 논박을 듣다 보면 어디까지가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의 범주이고 어디까지가 지켜져야 할 공중도덕 준수의 사회규범인지 헷갈린다.


물론 ‘개똥녀’ 사실의 현장확증을 잡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은 네티즌들의 ‘디카’나 ‘폰카’의 위대한 사회정의 고발정신이었다. 소리없는 고발정신이 여지없이 발휘된 ‘디카’나 ‘폰카’의 위력은 ‘개똥녀’의 국제무대 등단을 순식간에 도왔다. 고발현장의 무기가 전자문명의 이기인 카메라가 도맡은 셈이다.

돌이켜보면 자동차의 주행속도 위반을 잡아내는 경찰의 과속단속 카메라나 안전보호장치가 필요한 금융기관 또는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출입, 심지어 주유소는 물론 인파가 한적한 우범지역 길목마저도 경찰용 케이블TV 카메라가 작동되는 요즘이고 보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어딜 가나 늘 누군가에 의해 감시카메라의 눈길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와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 아시안의 위치에 서있는 우리들로써는 늘 다수 민족들의 감시와 지도의 눈길을 느낀다.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눈길은 여지없이 ‘개똥녀’ 취급을 받는다.

거리에서 침뱉는 사람들은 모두 아시안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떠드는 것도 아시안이고, 청소년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시안이고, 마약밀수 인질납치 여권위조 이민사기 위장결혼 복지수당위조 등도 모두 아시안들이 떠안는 ‘개똥녀’ 몫이다.

이 나라에서 책임과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빈도는 분명 다수 민족들에게 더 많이 있건만 자꾸만 ‘개똥녀’들에 대한 추방령이 왠지 우리들의 솔직한 마음속에서도 아시안에게로만 떨어진다.

선데이타임즈  article@koreanz.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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