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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포장마차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9.03.07 07:05|조회수 : 213

 

 

어린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 중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통일의 노래가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 이여 어서 오라/ 통일 이여 오라.”

일흔 넘은 나이임에도 왜 이 노래가 한 구절도 틀리지 않고 잊혀지지 않는지, 내가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잊혀지지 않을 만큼 많이 부르고 많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어렸을 때 우리국민 모두의 마음속에는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소원으로 가득 차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을 조금씩 먹어가면서, 역사와 이데올로기와 정치를 아주 조금씩 배우고 익혀가고, 권력과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를 목도하면서 내 생각이 너무 철없다는 걸 깨우치기 시작했었다. 내가 어린시절 부르던 통일의 노래와 어른들이 부르는 통일의 노래의 가사는 다르지않았지만, 내면의 생각은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난 국민개개인의 사상과 이념과 추구함이 다를지라도 한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통일이라는 테제에서만은 이견이 없다고 주창 했었고 확신했었다. 지금도 나는 철딱서니 없게도 그래야 한다고 주창한다.

 나는 2018년 5월4일자 칼럼 <철망 앞에서>를 통해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두 손을 마주잡은 사실에 감격스러워 했다. 두 정상이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하고 ‘도보 다리’끝에서 평화의 새소리를 들으며 오픈 밀담을 나누는 광경에 흥분하기도 했다. 그 감격과 흥분이 채 식기도 전인 2018년 6월12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70년간의 적대국이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마주앉았다. 나는 그때, 2018년 6월15일에 쓴 칼럼 <나비야 청산 가자>에서 이제 멀지않아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임을 확신하는 희망에 부푼 어휘들을 나열했다. 나는 머지않아, 내가 죽기 전에는 북녘 땅을 자유롭게 밟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리 되면, 짧은 여생일지라도 대동강변에 포장마차를 차리고 막걸리와 참새 구이를 팔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잠결에 미소 짓기도 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2019년 2월27일부터 28일까지 열렸다. 북미는 공히 평화의 메시지를 띄우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남은 분단민족에게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세계 미디어는 분주했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이자 중재자역할에 충실한 대한민국의 기대감은 눈앞에 전개되는 통일의 풍선을 색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었던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북미 양자가 회담 결렬에 대해 서로를 원색적으로 거칠게 비난하지 않는 걸로 보면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는 추론이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탐색시간이 필요하리라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대한민국 국민은 허탈했다. 그러나, 예상은 했지만, 모두다 허탈한 것은 아니었다.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소위 보수진영에 소속된 인물들은 겉으로는 ‘안타깝다’고 표현했지만 표정은 즐겁고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도 회담 결렬이 고소하다는 논조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결렬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동아일보 소속의 여기자가 “대북제재를 더욱 더 강화해서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낼 생각은 없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한민국 여기자의 질문에 “현재도 강력한 제재가 있으니 더 이상은 필요 없다. 북한 사람들도 살아야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민족인 여기자는 북한 사람들을 더욱 옥죄라고 주장했고, 타민족인 트럼프는 그만해도 된다고 한 거다. 나는 이런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통일의 노래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민족임이 서글프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래도 살아생전 대동강변에 포장마차를 차리고 막걸리와 참새 구이를 팔겠다는 소망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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