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연재 최원규
종의 탄생이 무너지다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9.02.28 06:31|조회수 : 330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그의 저서 ‘종(種)의 기원’에서 “인간은 인간에 의한 품종개량으로 가축이나 농작물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으며, 형질 변이가 일어난 가축이나 농작물 만을 골라 키우면 그 형질이 후손에 다시 나타난다. ‘이 과정이 거듭되면’ 자연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품종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간의 인위적 선택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저간에 대한민국 언론을 비롯해 뉴질랜드 헤럴드, TVNZ, 영국의 가디언 등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제품회사인 ‘에버그린 라이프’가 ‘마누카 꿀’에 인공화합불순물을 첨가했다는 의혹으로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64건의 기소를 당했다고 보도한 놀라운 기사를 봤다. 에버그린 라이프는 인공 메틸글리옥산(MGO)과 디하이드록시세톤(DHA)을 첨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에버그린 라이프는 이미 2016년 18개 제품에 승인되지 않은 성분들을 함유했다는 당국의 발표에 리콜 사태를 빚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마누카 꿀은 항균작용 등 건강효과가 탁월해 ‘흐르는 금’으로 알려졌으며 설탕대용으로도 사용되며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마누카 꿀은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마누카 나무 꽃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메틸글리옥산과 디하이드록시세톤은 모두 마누카 꿀 안에 자연적으로 생성돼 들어있으며 항균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당국은 에버그린 라이프가 두 성분의 함유율을 높이고자 인공합성물을 추가로 넣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인공 디하이드록시세톤은 식품첨가물로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인공 디하이드록시세톤이 함유된 식품을 복용하면 피부를 ‘오렌지 빛’으로 변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에버그린 라이프는 웹사이트에 국제적으로 건강 제품을 판매한다고 광고하여 수출 국가로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을 거론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에버그린 라이프는 이민초창기부터 교민기업의 대표로써 교민들의 자랑이었다. 그래서일까? 물론 아직 명확한 것은 판명되지 않았지만, 기소 그 자체만으로도 암담한 심정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때 고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아내와 아이들을 앞세워 뉴질랜드로 숨어들어온 인간때문에 교민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선량한 교민들은 기가 막혔다. 그러더니 고국의 한 마을사람들에게 엄청난 돈을 빌린 후, 가족을 거느리고 뉴질랜드로 숨어들어와 떵떵거리고 살던 사기꾼의 정체가 들어나 또 한번의 충격을 던졌다. 교민들은 어이없어 했고 같은 하늘아래 숨쉬고 있음에 분노했다. 하지만 이번 에버그린 라이프 사건은 충격과 분노가 아닌 허탈감이다. 정의와 진실과 깨끗함과 명예를 부르짖으며 열변을 토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우리를 허탈케 한다.

 어쨌든 뉴질랜드정부는 성급했다. 찰스 다윈은 인간에 의한 품종개량으로 형질 변이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거듭되면’ 자연상태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정부는 에버그린 라이프가 인공합성물을 첨가해 제조했다는 ‘마누카 꿀’이 형질 변이를 일으켜 ‘오렌지 빛’ 피부를 가진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 지켜봐야했다. ‘오렌지 빛’ 인간이 탄생하면 그때 에버그린 라이프를 기소해도 늦은 건 아닐 거다. 어쩌면 뉴질랜드정부의 성급함때문에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호모사피엔스 신종의 탄생이 무너지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긴 사족이다. 온라인매체시대가 열리면서 뉴스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온갖 사건들이 숨김 없이 들어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사건을 뉴질랜드 교민언론에서는, 단 한곳을 제외하고, 한 줄 기사도 볼 수가 없었다. 참으로 놀랍다. 여기서 언론의 가치와 덕목과 공정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천박한 의문인지 팩트를 알고 싶은 욕구인지 모르지만, 영어가 짧아 해석 능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누구 심사를 염려하는 건지, 아니면 기사작성 능력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교민언론’이란 그저 광고지에 불과한 유사언론인지 정말 궁금하다. <최원규>

 

 

선데이타임즈  article@koreanz.co.nz

<저작권자 © 뉴질랜드 선데이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PO Box 100974 NSMC, Auckland New Zealand
TEL : 09)444-7444 Email: koreamedi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Cathy Yun
Copyright © 2019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